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남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수기

-알 테인스키

다발성 경화증의 증세는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자마다 겪는 고통이 다르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삼분의 일인 남성 환자들은 여성 환자들보다 더욱 심한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나는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과 16년째 투병중이다. 가끔씩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기는 하지만 정신은 아직 맑다. 나는 말도 하고 생각도 하며 몸에 나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신다. 문제는 내 정신이 아니라 몸이다.

난 많은 것을 잃었다. 나는 전동 휠체어로 이동을 한다. 오른쪽 팔과 손을 쓸 수는 있지만 오른손의 감각과 운동신경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오른손이 굳어가자 글 쓰는 일이 어려워졌다. 나는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글을 쓰고 글을 다듬는 일은 나에게 창작 생활을 하고 남들과 교제를 하거나 다투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노반트론 복용으로 오른손을 쓰는 일이 편해졌지만 6달 후면 이 화학요법제의 평생 복용 한계량에 달하게 된다. 그 문제는 그 때가 되면 해결책을 찾아볼 예정이다.

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내 인생은 변한 정도가 아니라 송두리째 뒤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고통받는 미국 내 약 100,000명의 환자들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다른 환자들에게 다발성 경화증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물어보았다.

캘리포니아 산 페르난도에 사는 알반 칼자다 씨는 47세로 베트남 참전 용사이며 1993년에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비만과 언어 장애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피로감 때문에 수동 휠체어 대신 전동 스쿠터를 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혼하여 두 아들의 아버지로 컴퓨터 기술자로 일하던 1980년대 말에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1988,89,90 년에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러 갔지만 아무도 어떤 병인지 몰랐어요.” 라고 칼자다 씨는 말한다. “너무나 피곤해서 쇼파에 누워있곤 했어요. 그러면 아내가 나더러 게으르다며 잔소리를 계속 해댔죠.” 1993년 8월경 그는 마침내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는다. 그 해 12월 그의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아내는 내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나를 떠나고 싶어했어요.” 이제 12살과 15살이 된 두 아들은 어릴 적 살던 집에서 아내와 함께 산다. 칼다자는 몇 마일 떨어져 있지 않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다.

칼다자 씨나 나나 다발성 경화증을 신경 장애라고만 여겼을 뿐이었다. 이 병을 ‘여성들만의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54세인 존 존슨(가명)은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은 여성들이 더 잘 걸리죠. 다발성 경화증 치료 센터에 가보면 여성 환자 6명당 남성 환자 2명 꼴이죠.” 라고 말한다.

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존슨 씨는 집에서는 지팡이를 사용하고 외출할 때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는 1978년 이후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을 앓아왔다.

1985년 이혼한 그는 아내의 알코올중독 증세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이혼율은 전체 이혼율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운동이 병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므로 존슨 씨와 칼다자 씨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칼다자 씨는 턱걸이를 하고 존슨 씨는 헬스 기구로 팔 운동을 하고 상체와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 실내 싸이클로 운동을 한다. 칼다자 씨는 운동을 하면서 활동적이 되었다고 하며 존슨 씨는 근육이 강해졌다고 한다. 존슨 씨처럼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을 25년간 앓으면 하루종일 침대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존슨 씨는 그렇지 않았다.

남성 환자들은 몸의 마비 증세가 아닌 성 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다.

“5년 동안 발기가 된 적이 없어요.” 라고 존슨 씨는 말한다. “예전에 스웨덴에서 온 여자를 만났는데 둘 다 흥분했었죠. 전 비아그라를 먹어야 했습니다. 도움이 되더라구요.” 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 여자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 존슨 씨는 다른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칼다자 씨는 성 기능 저하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성욕도 느끼고 성 행위를 할 수도 있지만 여자들이 “장애를 가진 남성들”에는 관심이 없어한다고 느낀다. 전문적인 설문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나와 사귀려는 여자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남에 대한 의존은 또 다른 큰 문제이다. 칼다자 씨는 남들의 도움을 받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아닙니다. 하지만 남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존슨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합니다. 욕실에서 혼자서 샤워도 하고 면도도 하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샤워용 의자가 필요하긴 하지만 샤워실에서 무언가를 잡고 일어나 걸을 수 있죠.”

나도 샤워용 의자를 쓰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휠체어에서 들어내 의자에 앉혀줘야 한다. 그리고 또 침대에서 누가 나를 일으켜줘 휠체어에 앉혀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많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변함없이 도움을 주고 사려 깊게 행동했다. 나는 남들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누군가 대신 육중한 문을 열어주면 나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나는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고 나서 미소를 지으며 가는 것을 본다.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나 받는 쪽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존슨 씨의 입장은 다르다. “저는 야구장에 가더라도 관중석을 마음대로 오르내릴 수가 없어요.” 라고 그는 말한다. “저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은 못 해요. 할 수 있다고 해도 너무 서투르기 때문에 창피를 당하느니 차라리 안 합니다.”

환자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던, 가족이나 낯선 사람들이 동정심을 나타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저에게 동정심을 보인다고 생각하면 전 화가 나서 그 곳을 떠나죠.” 라고 존슨은 말한다.

남들이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지만 환자들은 어쩔 도리가 없다. 대화를 통해 환자들을 그런 식으로 보지 말라고 납득시킬 도리 밖에는 없다. 아니면 휠체어로 그 사람들 발을 밟고 지나가는 수 밖에 (농담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집중해서 할 일들이 있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 컴퓨터가 대중화된 이 시대에 나는 아직도 펜으로 글을 쓴다.

“창작에 몰두하는 것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으려는 행위이죠.” 자신의 내면을 치유해야 진정으로 치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라고 여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 디나 코어 씨는 말한다. 그녀의 미술 작품은 다발성 경화증 협회에서 발간한 ‘창작을 통한 치유’라는 이름의 달력에 실렸다.

교향곡을 작곡하건 과자를 굽건 간에 어떠한 창작 활동에라도 이러한 생각을 적용시킬 수 있다. 의학계에서 치료법을 찾고 있을 동안에 나는 그 과자를 먹겠다. 자신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나를 비롯한 환자들은 인생의 기쁨을 즐길 것이다. 혼자 힘으로 설 수 있건 휠체어에 앉아있건, 우리는 하나이다.

알 테인스키는 ‘Inside MS’지의 “생산성” “명상”이라는 기사를 썼다. 기사의 제목은 그가 삶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추구하는 두 가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