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우리는 부부입니다.”

-제인 거쇼-

다발성 경화증은 남성들에게 또 다른 면에서 영향을 끼친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다발성 경화증에 많이 걸리기 때문에 아내가 환자인 남성들은 간병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앨빈 립톤과 예타 립톤 부부는 65세로 동갑이다. 둘 다 재혼으로 만났으며 22년간 결혼생활을 해 오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들은 각자 아이 둘을 혼자 키우고 있는 상태였다. 앨빈은 아내와 사별했고 예타는 남편과 이혼했었다.

앨빈의 첫 아내 필리스는 27년간 백혈병과 투병하다가 사망했다. 필리스가 백혈병 말기로 고생할 때 앨빈은 정규직 직장에 다니면서 두 아들을 키우는 동시에 아내를 간병했다. 그는 그 때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고 집안 청소와 빨래를 하는 법을 배웠다. 또 그는 보이스카웃과 야구단에서 활동하던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주는 일까지 했다. “외식도 정말 많이 했죠.” 라고 그는 그 때를 돌이켜보며 말한다. 아내의 병세가 악화되자 그는 점점 우울해졌으며 아내가 죽자 큰 슬픔에 잠기게 된다. “혼자 있기 싫었어요. 혼자 있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죠.” 라고 그는 말한다.

아내 필리스가 죽고 나서 18개월 후 앨빈은 친구를 통해 예타와 그녀의 두 아이들(아들과 딸)을 만나게 된다. 그녀를 만난 직후부터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어요. 편안한 느낌이었죠. 아직도 아내와 있으면 편안합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또 다시 18개월이 지난 후, 1980년에 앨빈과 예타는 결혼을 하고 새로 합친 6식구는 잘 어울려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

그러던 1992년, 초등학교 교사로 25년을 일하던 예타는 퇴직을 한다. 하루종일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학교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앨빈은 아내가 몸의 균형을 잡는 데 힘들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더 이상 같이 산책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알아보기 위해 예타는 여러가지 검사를 한다. 하지만 앨빈은 결과를 알고 싶지 않았다. 피로감은 백혈병 초기 증상이가 때문이다.

1년후 예타는 55세의 나이로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게 된다. 백혈병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앨빈은 갈수록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예타의 증세가 심해지자 앨빈 자신도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다. 앨빈은 당뇨병에 걸렸으며 암 때문에 수술과 화학요법 치료도 했으며 두 번의 추락으로 뼈가 몇 군데 부러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여기에다 가벼운 심장마비를 겪기도 했다.

부부는 잠시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하루 종일 낯선 사람이 집안에 있다는 사실이 불편해 간병인을 해고한다. 그 후 앨빈은 마케팅과 광고 일을 계속하느라 예타를 홀로 남겨둬야 할 때가 많았다.

당시 그들의 네 자녀들은 장성해 나가서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될 수 있는 한 자주 집에 들러서 부모님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마침내 아이들은 이들 부부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계속 부모님들이 간병인의 도움을 받지 않을 작정이면 차라리 양로원에 들어갈 것을 권한 것이다.

이들 부부에게 이는 새로운 현실로 다가왔다.

“저는 항상 퇴직은 곧 죽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라고 앨빈은 최근에 말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죠. 인생에 적응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인생의 변화를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하죠.”

지금에서야 이렇게 말하지만 그 때는 그렇지 않았다. 62세가 되지 그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자신과 아내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퇴직을 한다. 얼마 후 예타가 목욕을 하고 옷을 입고 아침을 먹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타임 간병인을 고용한다. 아내에 대한 간병일을 좀 덜 수 있게 되자 앨빈은 혼자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된다.

앨빈은 “우리 부부는 현재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놀러 가기도 하고 음악을 비롯해 부부가 공동으로 관심있어하는 분야에 대해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저는 연못에 물고기도 기르고 정원 일도 많이 합니다. 언제나 하고 싶었던 것들이죠.”라고 그는 말한다.

예타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조용히 “괜찮은 편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집중력이 나빠져서 몇 년 전 운전을 그만두었다. 육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혼자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친구들과 놀러 나가거나 앨빈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그녀는 지팡이나 팔을 감싸는 발목을 짚고 집안을 돌아다니고 밖에 나갈 때는 휠체어를 사용한다.

앨빈과 예타 부부는 지난 10년 동안 다발성 경화증이 가져다 준 많은 변화들을 받아들였다. 앨빈의 도움 때문에 예타는 집 안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앨빈은 자신을 “간병인”이라고 보는 것을 꺼린다.

“저는 제 자신이 간병을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예타와 저는 부부이니까요.” 그리고 그는 부부 사이의 정이 더욱 두터워졌음을 분명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