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저속 기어로 전환하기

- Jane Gershaw

1984년, 프랜 두골랜스키는 트럭 운전 면허를 땀으로써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다. 몇 년 후, 그는 바퀴가 18개 달린 견인 트레일러를 몰고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된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즐겼다. 1990년대 중반 그는 팔 다리가 저리는 일을 겪게 된다. 또 자주 균형을 잃고 쓰러졌으며 비치 발리볼을 할 때 점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병원에서 MRI검사를 받은 후 그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게 되고 의사는 그에게 직장을 그만둘 것을 권한다. 그는 무기휴직을 하게 된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뉴욕 시에서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었으며 직장에서도 지원금을 보조해주었으므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는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프랜은 비참한 심정으로 9달 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발성 경화증 진단으로 그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그는 4년 전에 아내 캐시와 결혼하여 아직 아기인 아들 카일을 두었다. 그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삶의 질을 지금까지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휠체어에 의존해야 할 것인가? 또 남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답을 찾을 수가 없었던 프랜은 혼자서만 걱정을 떠안았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그가 몸의 균형과 힘을 되찾기 위해 재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9달이 지난 후, 프랜은 더욱 강해진 느낌이었다. 의사와 아내, 그리고 그의 상사와 의논을 한 끝에 그는 파트 타임직으로 일에 복귀했다. 더 이상 트럭을 운전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내근직인 발차 담당자로 일하게 된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 후원모임에 한번 참석을 하지만 그 이후로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그 당시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자기에게는 맞지 않다고 여겼다. 대신 그는 사회 복지사와 일대일 면담을 시도했다. 그는 6달 동안 복지사와 면담을 지속하면서 앞으로의 대처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동안 그는 시간을 어떻게 계획하고 일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지, 또 아내를 비롯한 남들의 생각을 짐작하는 대신 아내와 좀 더 툭터놓고 대화를 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이러한 일들이 생소했으므로 매우 힘들어했다. 하지만 프랜은 그가 가진 질병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강했으므로 포기하지 않았다.

발차 담당자로 일하던 프랜은 일년이 조금 못 되어 그만두게 된다. 보험회사에서 그에게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목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는 쪽을 택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랜은 컴퓨터 디자인 수업을 수강하게 된다. 수업을 들으며 인턴으로도 일한지 5개월 후, 그는 무사히 수료를 하게 된다. 수료 직후 그는 새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 1년 후 그는 해고당하지만 운 좋게도 예전에 일하던 트럭 회사의 상사가 그에게 내근직을 주게 된다.

“인사 담당자였다가 경비원으로 일했죠.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트럭 운전을 할 때만큼 즐겁지는 않았지만 일이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죠.” 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18개월동안 새로 맡은 직책을 맡는다.

2001년, 프랜의 병세가 심해져서 일을 그만둬야 할 지경에까지 이른다. 걷기가 갈수록 힘들어졌으며 한 시간 이상을 앉아 있으면 몸이 저리고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는 또 만성적인 피로감에 시달렸다. 적절한 직업 훈련을 또다시 받을 수도 없었으며 일을 그만 두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다발성 경화증 진단 후 5년간 그는 활발한 사회 생활로 퇴직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 프랜의 아내는 정규직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 부부에게는 저축해 놓은 돈도 있었으며 장애인 복지 혜택으로 보험금도 받을 수 있었으므로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해놓았다. 프랜은 이미 YMCA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프랜은 아들을 학교애 보내고 난 후 YMCA로 곧장 간다. 그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수영으로 왕복한 다음 수중조깅을 하고 물 속에서 아령 운동을 한다. 주로 퇴직자들인 YMCA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운동도하고 담소를 나누거나 아침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요즈음 프랜은 집에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의 입장에서 하루종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자 힘들어하고 있다. “아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직장에서 집에 오면 제가 할 수 없는 집안 일들을 도맡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바뀐 생활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럭 운전을 할 때 그는 아내와 아들을 며칠씩이나 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집에 오면 짜증을 내거나 피로해서 잠만 잤다. 트럭 운전에 지친 그는 가족과 나들이를 가려 해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놀러가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든지 즐겁게 운전해서 간다. 또 그는 가족들을 매일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들이 성적을 잘 받아 오는 날이면 프랜은 집에서 아들의 학업을 도운 보람을 느끼게 된다.

트럭 운전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면 프랜은 어떤 친구들은 자기를 부러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친구 중 몇몇은 벌써 결혼을 두번이나 세번까지 한 경우도 있지만 그는 첫 아내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병세가 심해지기는 했지만 다발성 경화증 진단 이전보다 그는 건강이 오히려 좋아졌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담배를 끊었으며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한다. 잠을 충분히 못 자고 패스트 푸드와 담배, 커피에 찌들어 살았던 트럭 운전사 시절과는 반대되는 생활이다.

프랜은 이러한 변화들을 돌아보며 “트럭 운전을 더 이상 못하게 되어 기분이 좋지만은 않지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프랜은 가족과 함께 즐기던 여가활동에도 변화를 주게 되었다. 이전처럼 오토바이를 탈 수 없게 되었으므로 모형 오토바이 조립 세트를 최근 구입했다. 그는 아들과 방학 동안 할리 데이비슨 모형을 완성할 예정이다. 아들과 필드 하키 연습을 할 때면 그는 삼륜 전동 스쿠터를 타고 골키퍼 역할을 한다. 영화관이나 자동차 쇼, 또는 쇼핑센터에 갈 때면 그는 팔을 감싸는 목발이나 휠체어 또는 스쿠터를 사용한다. “아직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할 때면 아들이 “아빠가 다발성 경화증에만 걸리지 않았어도 저렇게 할 수 있을텐데.” 라고 말할 때처럼 안타까운 순간들도 있다.

프랜은 이제 더 이상 집에 봉급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빠짐없이 확인하며 의학 기술의 발달에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병 때문에 고통받는 날들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프랜은 직장을 잃었다고 해서 인생을 포기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제인 거쇼는 25년간 뉴욕 시라큐스에 있는 VA의료 센터에서 임상 심리학자로 일하다가 은퇴했다. 그녀는 현재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과 살고 있으며 본지에 수 차례 투고를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