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랜달 샤피로 박사와의 인터뷰

-크리스 롬바르디-

“다발성 경화증은 남녀 모두의 질병입니다.” 다발성 경화증과 남성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랜달 샤피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설립 25년째인 미네아폴리스의 페어뷰 다발성 경화증 센터 소장인 샤피로 박사는 혼자서 3000명의 환자들에 대한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1년 동안 3000명도 아니고 센터가 설립된 이래로 3000명을 관리해왔다는 것도 아니다. 지금 현재 혼자서 3000명에 대한 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현재 페어뷰 센터는 남성 환자들만 따로 분류해 기록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환자들을 남녀로 구분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박사는 설명한다.

또 샤피로 박사는 스토니 브룩에 소재한 뉴욕 주립대학의 파트리시아 코일 박사와 공동으로 미 신경질환 학회의 연례모임에서 “성별과 다발성경화증”이라는 강의를 했다. 남성들이 여성들이 겪는 다발성 경화증 증상과는 다른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남성들은 다발성 경화증 발병시기가 대체로 늦은 편이다. 발병 당시 직장에 다니고 가정을 꾸린 경우가 많았다. 여성보다 남성들이 갑작스런 악화 없이 장애가 천천히 진행되는 초기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들의 위축

자신이 강하고, 능력 있고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던 남성들이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으면 스트레스로 인해 크게 위축된다. “강했던 자신이 약하다고 느끼며 더 이상 운동에 능하지도 않고 결단력도 사라져 우유부단해지죠. 또 자신이 쓸모없어졌다고 느끼며 성적인 매력도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즉, 만능이었던 자신이 의존적이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죠.” 라고 샤피로 박사는 말한다. “이렇게 위축되면 예상보다 훨씬 장애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남성들은 젊은 시절에는 운동, 능력 있어 보이는 신체 이미지, 그리고 성기능이라는 세 가지에 관심을 집중하죠.” 라고 샤피로 박사는 덧붙인다. 성인시절의 절정에 달하면 남성의 관심은 직장과 가족, 그리고 섹스로 관심이 옮겨갑니다. 인생의 후반기에는 건강과 은퇴 문제, 그리고 섹스가 여전히 주요 관심사가 됩니다. 증세가 심하지 않을 때에도 다발성 경화증은 남성의 모든 관심사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성기능 문제

사람들은 거의 평생 성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성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한다. 샤피로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환자들의 82%가 성기능 장애를 겪었으며 가장 흔한 문제가 발기 장애였다. 여성 환자들의 경우 52%가 성기능 장애를 겪었으며 주 원인은 피로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많은 환자들이 비아그라를 복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샤피로 박사는 말한다. 또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주사제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샤피로 박사는 경련, 피로감 그리고 우울증이나 단순히 섹스 파트너가 없다는 것 등도 남성의 성기능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샤피로 박사에 의하면 남성 환자들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다른 만성 질병을 앓는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것이지 성기능 장애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 예로 남성들은 누구의 보살핌을 받기 싫어한다. 샤피로 박사는 남성들은 자신이 남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한다고 말한다.

심리 상담이 일반화된 21세기에도 남성들은 남들, 특히 여성과 깊은 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남성들은 이러한 감정들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다. “남성 환자들이 느끼는 우울함과 위축은 더 심해졌습니다.” 라고 샤피로 박사는 말한다. 아내가 다발성 경화증 환자인 경우 아내를 보살펴야 할 임무를 지게 된 남편들은 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샤피로 박사는 말한다.

“화장실 사용도 한 문제이죠. 남성들은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 아내나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싫어합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비뇨기 관련 문제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남성이 더 이상 서서 소변을 보지 못하고 앉아서 봐야 할 때 비뇨기 관련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온다. 몸이 약해져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라고 샤피로 박사는 말한다.

일단 화장실에 가더라도 방광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요실금, 배뇨곤란, 또는 괄약근이 조이고 늘어나는 역할을 제 때 못 해 소변이 신장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괄약근 실조” 현상 등을 경험하는 것이다. “남성들에게 위험한 일이라고 비뇨기과 의사들이 그러더군요.” 라고 샤피로 박사는 말한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또한 전립선 질병으로 인해 방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방광에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구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남성들은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방광 조절 장애 치료법이 다소 복잡하다. 유치 도관 시술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사고가 나면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남성들은 요실금 팬티를 입기를 꺼린다. 하지만 샤피로 박사는 언제나 해결책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수수께끼의 불청객

샤피로 박사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남녀로 구분하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수수께끼의 불청객은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영향을 끼친다.

크리스 롬바르디는 Inside MS 지에 자주 투고를 하고 있으며 The Nation, Poets & Writers, Ms. 그리고 Women’s Enews에도 투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