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다발성 경화증 치료를 위한 의학박사 브루스 트랩의 미엘린 연구

-다이앤 오코넬-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 세포에서 뻗어나와 있는 긴 섬유질을 감싸는 단백질과 지방의 복합체인 미엘린을 공격한다. 축삭이라고 불리는 이 섬유질은 신경 신호를 전달한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 질병을 설명할 때 축삭을 “전선”에 비유한다. 미엘린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상처가 생겨 미엘린이 제대로 격리 작용을 하지 못해 신경 신호의 전달이 느려지거나 전달이 아예 안 될 때 다발성 경화증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부모들은 이 현상을 설명할 때 낡은 전선에 불꽃이 튀어 전기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완벽하게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이 이론으로 다발성 경화증의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설명할 수는 없다. 즉, 회복하지 못하고 기능을 영구히 상실하는 환자들도 있는가 하면 왜 어떤 환자들은 기능을 회복하기도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축삭은 발병 초기에 손상될 수도 있다.

여태까지는 다발성 경화증은 미엘린에만 큰 손상을 가하고 미엘린이 감싸고 있던 축삭에는 손상을 가하지 않는다고 믿어져 왔다. 다발성 경화증을 평생동안 앓아온 환자들의 뇌 조직을 검사한 결과 손상된 축삭이 발견되었음에도 학자들은 다발성 경화증을 오랜 세월 앓아야 축삭이 손상된다고만 생각했다.

브루스 트랩 박사는 처음부터 축삭이 다발성 경화증 초기에 손상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많은 과학적 발견이 그러하듯이, 트랩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우연한 기회에 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실험용 쥐를 연구하면서 발견하게 되었죠.” 라고 트랩 박사는 말한다. “저희 연구팀은 수초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연구의 일환으로 트랩 박사의 연구팀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미엘린 단백질 중 하나를 제거했다.

“우리는 이 단백질을 제거하면 미엘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죠. 하지만 놀랍게도 미엘린이 형성되었죠. 하지만 쥐가 나이가 들어가자 미엘린이 형성되었음에도 축삭이 퇴화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제거된 단백질 분자가 축삭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던 것이죠. 그래서 이 단백질이 장기간 기능을 하지 못하자 축삭이 파괴된 것이었습니다.” 미엘린을 구성하는 분자 중 하나만 제거해도 축삭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저희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뇌 부위 중 몇 년, 또는 몇 십년 전에 미엘린이 파괴된 부위의 축삭은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뇌에서 축삭이 파괴되었는지를 살펴보게 되었죠.”

“트랩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이를 찾아냈다. 또한, 이들은 축삭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미엘린 막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축삭이 반으로 잘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노화나 상처 조직의 형성에 비해 축삭이 반으로 잘라지는 현상이 더 빨리 일어났다.

“축삭이 반으로 잘라지게 되면 뉴론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이 됩니다.” 라고 트랩 박사는 말한다. 축삭 몇 개가 손상되었다고 해서 큰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발성 경화증은 자주 재발하므로 손상된 축삭 수가 늘어나면 문제가 생긴다.

“다른 연구들을 보면 잘려진 축삭 수와 미엘린이 파괴되고 있는 부위간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라고 트랩 박사는 말한다. “이러한 부위 대부분은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별다른 증세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매우 심각합니다. MRI 검사에 의하면 증세를 일으키지 않는 부위를 실제로 나타나는 증세와 비교했을 때 약 10대 1의 비율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결론은 비관적이지만 매우 분명하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발병 초기부터 자각 증상 없이 축삭의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

1998년,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인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다발성 경화증 감염 부위와 축삭의 손상과의 연관성을 밝혀낸 트랩 박사의 논문이 실렸다. 축삭 손상이 다발성 경화증의 초기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트랩 박사는 손상된 축삭이 늘어나면 진행성 질환과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학적 발견과 더불어, MRI 검사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손상 부위가 있음이 증명되자 의학계는 영구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발병 초기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질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약들에 관한 임상 연구에 의하면 이 약들은 MRI검사를 통해야만 찾아낼 수 있는 손상 부위의 수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신약들은 또한 다발성 경화증 증세가 나타나는 횟수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등장하자 전미 다발성 경화증 협회의 의학 자문 위원회는 1998년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 질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약을 이용해 재발이 잦은 다발성 경화증을 초기에 치료할 것을 권장한 것이다. 이런 약들 중 특정한 약의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분명한 증거는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므로 어떤 약을 선택할 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평생을 바친 열정의 시발점

트랩 박사는 미엘린 연구에 평생을 바치다시피 했다. 그는 이것이 로욜라 대학에서 그의 박사 과정 지도 교수였던 조셉 베른손 덕택이라고 말한다. 존스 홉킨스 의과 대학의 부교수로써 그는 해리 위버 신경과학상의 첫번째 수상자들 중 한 명이 되었다. 전미 다발성 경화증 협회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이 상은 젊은 과학자들이 다발성 경화증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리 위버 상 수상으로 5년 동안의 연구 기간을 보장받고 자금 지원도 받게 되었죠.” 라고 트랩 박사는 말한다. “이 기간 동안 다발성 경화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지요.”

클리브랜드 의료 재단에 있는 그의 동료들은 그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다발성 경화증 연구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 대한 그의 헌신은 정말 대단합니다.” 라고 클리브랜드 의료 재단 산하 멜렌 다발성 경화증 센터의 소장 리처드 A. 루딕 박사는 말한다.

“실험의 결과를 보고 최초로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라고 트랩 박사는 말한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때가 가장 신이 납니다.”

다발성 경화증의 회복과 치료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

현재 트랩 박사는 미엘린 복구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미엘린은 자연적으로 복구가 되기도 하며 다발성 경화증 연구 협회에서는 이러한 자연 복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트랩 박사가 이끄는 팀은 ‘희소돌기교아세포의전구세포(oligodendrocyte progenitors) ’라고 알려진, 뇌 속에 존재하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미엘린 생성 세포를 찾아내고 그 특성을 밝혀냈다. 그는 최근 다발성 경화증에 손상된 뇌 부위에서 미엘린이 생성되기 이전의 희소돌기교아세포(oligodendrocyte )를 다량 발견했다. 이 세포들은 희소돌기교아세포(oligodendrocyte )의 전구세포보다 훨씬 성숙했다. 실제로, 이 세포들은 미엘린 단백질을 생산해냈으나 축삭에 이를 감싸는 데는 실패했다.

전구세포의 생산성을 높이고 아직 미엘린을 생산하지 못한 희소돌기교아세포(oligodendrocyte )가 완전한 기능을 하도록 한다면 미엘린 복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트랩 박사의 연구 팀은 이제 전구세포로 성장하게 되는 어른 줄기 세포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우리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뇌가 성장이 다 되었으며 제 기능을 다 하는 희소돌기교아세포(oligodendrocyte )를 더 많이 생산해내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저희 자료에 따르면 다발성 경화증에 의해 손상을 입은 부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새로운 세포를 더하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세포가 회복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뇌에서 생산되는 세포를 변화시킬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트랩 박사는 또한 다발성 경화증을 찾아내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발견도 여럿 했다. 트랩 박사와 동료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인 “N-아세틸 아스파테이트(NAA)”와 축삭의 손상과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NAA는 성인 뇌 속의 뉴론과 축삭에서만 발견된다. 뇌 단층 촬영을 통해 외과적 시술 없이 NAA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발셩 경화증 환자들의 뉴론 손상 정도를 측정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트랩 박사는 또한 축삭을 보호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여 축삭이 어떻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지를 자세히 연구했다. 그는 또한 다발성 경화증이 어떻게 처음 발병하는지에 관한 연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병은 우리가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로 인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트랩 박사는 말한다. “다발성 경화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그 발병 원인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트랩 박사의 열정적인 연구 덕분에 그 해답을 생각보다 빨리 얻게 될 지도 모른다.

다이앤 오 코넬은 뉴욕 시에 거주하는 의학 전문 프리랜스 기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