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밝은 부분과 블랙홀: 의사들이 자기공명영상(MRI)을 보고 얻는 정보

마사 킹(Martha King)

여기서 의사들이 MS에 대해 배우고 있는 사실은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MS를 이해하는 데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기술적인 이야기를 정리해 보도록 하자.

요지는 간단하다. MS를 방치해 두면 중앙 신경체계, 즉 두뇌와 척수에 손상을 입게 되는데, 머지 않아 영구적 손상으로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경섬유를 보호해 주는 지방질(미엘린)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흉터가 생기는데, 뇌 회색질(신경 세포, 신경세포 섬유, 축색돌기 등)에서도 마찬가지의 파괴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블랙 홀 현상과 두뇌 전체가 줄어드는 현상(atrophy라고 한다)가 일어날 수도 있다. 질병에 대한 조치를 빨리 취할수록 이러한 손상을 효과적으로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최근의 발견을 살펴보면 1998년에 발행된(개정판은 2002년 발행) 질병 관리에 대한 전국 MS 협회 결의(National MS Society Consensus on Disease Management)의 내용이 옳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여러분도 주치의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근처의 협회 지부를 찾아가 상담을 받거나 도움을 구하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다.

자기공명영상법(MRI)은 50년 전에는 이름이 NMR이었다. NMR은 “핵자기공명진단창치(nuclear magnetic resonance)”의 약자로, 실험실 연구용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 들어 컴퓨터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NMR도 확장, 수정되었는데, 이 때 이름도 바뀌게 되었다. “핵”이라는 말이 들어간 의학 영상 기기를 쓰자고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개발자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그래서 NMR이 아니라 “자기공명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

이름은 바뀌었어도 기본적인 기술은 그대로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MRI는 방사능이나 핵에너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대신 라디오파와 자기를 사용해서 촬영을 한다.

MRI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물분자에 들어 있는 수소 양자는 강력한 자기장에 접하면 한 줄로 늘어서는 성질이 있다. 이 때 라디오파를 쐬면 양자가 줄 밖으로 튕겨나가는데, 라디오파가 멈추면 수소 양자가 다시 줄 안으로 돌아오면서 “공명” 신호를 내보내게 된다. 공명 신호는 컴퓨터로 전달되어서,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 자료를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보여 주게 된다. 즉, 사람의 생체 조직에 들어있는 수분의 분포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방이 없는 곳에 물이 있다

신경세포 섬유를 보호하는 미엘린층은 기름지기 때문에 물이 통과하지 못한다. 기름진 미엘린이 벗겨진 자리는 수분을 좀 더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MS 때문에 손상을 입은 부위가 MRI 영상에서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미엘린 손상 부위는 영상에서 밝은 부분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 초반, M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MRI 촬영 결과는 MS에 대한 의사들의 근본적인 생각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MRI 연구 개척자들은 MS는 시작되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활동을 계속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MS 환자의 증세가 경미하고 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도, 환자의 두뇌나 척수 속에서는 잠식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뇌 속 폭발”이라고 부르는 의사도 있다. MRI 연구 결과, 겉으로 보이는 MS 재발이나 발작보다 두뇌 속 폭발은 5배에서 10배 이상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믿을 수 있는 측정법

오늘날, MRI는 MS 환자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필수 측정도구이다. 연구진은 MRI 영상을 보고 손상 부위의 수나 규모를 파악할 수 있고, 다발성 경화증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치를 얻기도 한다. MS처럼 진행 속도가 더디고 증세가 다양하기로 악명높은 질병의 경우, 연구자들은 치료의 효과를 알아 볼 수 있는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려 왔다. MRI에서 얻는 정보는 단순하다. 손상부위의 크기가 작고 수가 적으면 좋은 것인 반면, 손상부위가 넓고 수가 많으면 안 좋은 것이다.

문제는 MRI 영상에서 보이는 MS 증세가 임상적으로 진단해 본 증세, 즉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느냐에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MRI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손상부위의 크기가 작고 수도 적은 편이 좋다는 이유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MRI에서 보이는 손상 정도가 환자의 장애와 확실히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억력, 어휘력, 문제 해결 능력 등에서의 인지 장애 일부는 손상부위의 수나 크기 뿐 아니라 그 위치에도 관련이 되어 있다.

“가돌리늄 강화”는 활성 염증 유도

가돌리늄은 조영제의 일종으로, MRI 촬영 몇 분 전에 몸 속에 주입하면 면역 체계 세포가 모세혈관에서 중앙 신경체계로 새어 들어가는 부위가 환하게 드러나 보인다. 영상에서 환하게 보인다는 것은 활성 염증의 특징인데, 활성 염증은 MS가 미엘린을 파괴할 때 제일 핵심적인 사건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혈액-두뇌 차단벽이 있어서 두뇌조직에 면역 세포가 들어가지 못한다. 모세관 벽 안의 특수 세포층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가돌리늄이 강화된 손상 부위는 3-6주 정도는 계속 밝게 나타나다가 점차 흐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이 영상을 보면 검사 전 45일 동안 질병의 활동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밝았던 부위가 흐려졌다고 해서 손상부위가 모두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T2 강조” MRI 영상에서는 밝은 부위가 여전히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T2강조 영상은 지난 1년 동안의 경과를 알아본다

MRI 컴퓨터 프로그램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양자 이완시간에 기초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 이를 각각 T1, T2강조 영상이라고 한다. T2강조 영상은 전 해의 질병진행정도를 알려준다. 이 영상에서는 가돌리늄 강화효과가 사라져 버린 손상부위도 여전히 수분함유량이 높은 밝은 부위로 나타난다. 이 밝은 부분은 plaques라고 부른다. 손상부위가 완전히 회복되어서 영영 사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나중에 다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몇 번이고 계속해서 손상 부위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과학자들은 염증이 반복되면 그 부위 조직의 성질이 영구히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을 밝혀 내었다.

T1강조 영상은 조직 손실을 알아본다

T1 강조 영상에 보이는 어두운 부위는 미엘린 손실과 신경 섬유 혹은 축색돌기 손실 부위를 의미한다. 이런 부위는 생김새를 따서 “블랙 홀”이라고 부른다. 더 어두운 부위일수록 조직 손실 정도도 심하다. 블랙 홀은 한번 손상되었던 부위가 계속해서 염증이 반복된 부위에 생긴다.

한 의사의 말대로, “블랙 홀은 예전에는 plaque가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활동정지 상태가 된 부위이다.”

블랙홀은 임상적으로 진단해 본 증세와도 관계가 뚜렷하다. 즉, 블랙홀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영구장애가 있다.

“MTR” MRI는 조직 손실에 초점을 맞춘다

MTR, 혹은 자화전달비율(magnetization transfer ratio)은, 미엘린에 결합되어 있는 양자에 여분의 에너지 파동을 전달해서 그 중 어느 정도가 주변의 자유수분으로 전달되었는지를 측정한다. 이런 계산을 통해 특정 손상부위에서 조직 손상이 어느 정도로 일어났는지를 좀 더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

“MRS” MRI는 수분 이상을 본다

자기 공명 분광법(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 혹은 MRS는, MRI 기술이 원래는 원래는 인체의 영상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특정 화학물질의 존재여부를 가리기 위해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MRS는 신경세포와 축색돌기에 들어있고 중요한 표지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의 양을 측정한다. 표지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의 예로는 신경세포가 파괴될 때 나오는 부산물을 들 수 있다. MRS는 영구손상 정도를 알아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머지 않아...

살아있는 사람의 몸 속에서 어떤 일이 진행 중인지 드러내 보여주는 MRI의 기능은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최신 기술 중에는 “tractography,” 혹은 “확산 강조 영상”이나 “diffusion tensor imaging”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백질(두뇌에서 미엘린 층이 두터운 부분)을 중심으로 한 신경세포 섬유계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초강력 자석을 장착한 MRI 장비도 개발 중에 있다. 보통 사용하는 MRI 장비에는 1.5 테슬라의 자석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정도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폐차를 들어올리는 자석 정도의 힘이다. 오하이오 대학에서 8 테슬라 자석을 장착한 기계를 실험적으로 만들어 본 결과, 훨씬 자세한 영상이 찍혀 나왔다. 이 자석은 너무나 강력해서 문 밖 저 멀리에 서있던 방문객의 브래지어가 풀어질 정도였다. MRI는 과학자들이 MS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MRI 검사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여기서 설명한 MRI 적용사례는 오직 연구 목적인 경우가 태반으로, MS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개인의 간병이나 치료에 길잡이를 삼고자 하는 목적에서 행하지는 않았다. 자주, “연속적으로” MRI 촬영을 한다 해도 머리 위치, 자기의 세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정확히 재생하지 않는다면 유용한 연구 정보를 얻기 어렵다.

우리는 편집부원 두 명에게 일상적인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응답자로 뽑힌 사람은 콜로라도 록키 마운틴 MS 센터에서 일하는 패트리샤 케네디(Patricia Kennedy), RN, CNP와 위스콘신에 있는 마쉬필드 클리닉 소속 로렌 롤락(Loren Rolak), MD이다.

“나라면 2년마다 한 번씩 MRI 검사를 해 보라고 환자들에게 권하겠습니다.” 케네디의 말이다. “MRI는 겉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병의 악화정도를 한눈에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MRI 영상을 보면서 질병 완화 치료요법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도 변화 정도를 추적할 수 있는데, 그러면 결국은 환자가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여기 록키 마운틴 센터에서는 환자의 임상적 증세를 진단하는 데 있어 MRI가 필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롤락은 일단 병을 진단한 후에는 환자를 치료할 때 MRI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생각한다. “MRI 영상에 나타난 변화만 보고 완화 치료법을 달리 하기에는 절대적인 자료가 아직 부족합니다.” 그의 말이다. “내 경우에는 MRI 영상보다는 부작용이나 다른 의학적 요소를 처방 기준으로 삼습니다.”

다시 말해, MS의 다른 특징과 마찬가지로, MRI에 대한 답 역시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