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분노 다스리기

-- 조이스 렌더 코헨, 게일 R. 다이너스타인 박사

"이런 일이 어떻게 나한테 일어날 수 있지? 왜 나야? 왜 하필 지금?"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느끼게 되는 분노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로서의 살아야 하는 삶의 일부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게 분노라는 것은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반응하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이것은 무언가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노는 우울증의 징조일 수도 있다. 이것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이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이 우울증을 보이는 비율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세 배나 높다.

텍사스 대학의 신경정신의학과와 행동과학과의 겸임 교수인 랜돌프 B. 쉬퍼 박사에 따르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대개 두 종류의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우선 “존재에 대한 분노(existential anger)”가 있다. 이것은 존재의 부당함에 대한 분노이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움이 되는 분노(instrumental anger)”가 있다. 이것은 다발성 경화증에 따르는 매일 매일의 불만에 대한 분노이다. 안전벨트를 하는데 겪는 어려움에서 당신의 질병 완화 치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보건당국(HMO)까지 이러한 불만을 느끼게 하는 곳은 많다.

이 두 종류의 분노가 근본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쉬퍼 박사는 믿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부당함과 화해하고 욕구 불만으로부터 평정을 찾아야만 한다. 그는 분노가 문제의 긍정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 한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실비아 로리의 남자 형제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진단받았을 때, 그녀는 현대 의학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그래서 미 국립 다발성 경화증 환우회(National MS Society)를 만들게 되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멜렌 MS 센터의 임상 심리학 박사 페기 크로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분노는 대개 주기를 두고 나타난다. 검사를 받는 동안에는 진단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나게 된다. 그 다음은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 때 분노가 다시 표면에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예전 증상이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나게 될 때 다시금 나타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보면 이 전문가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한번은 병세가 악화되어 꼼짝 못하게 되었을 때, 회복 속도가 한없이 느리게 느껴져서 화가 났었다. 시력이 나빠져서 운전할 수 없게 되고 혼자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몸의 기능이 저하되자 미칠 것만 같았다. 진단 결과가 나오자, 나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휠체어와 마비된 내 몸에 대한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분노는 정상적인 감정이라는 사실을 배우기

다발성 경화증 환자로 살아온 지난 17년 동안, 분노는 거의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다. 다행히도 나는 분노를 어떻게 해소시켜야 하는지, 또한 어떻게 하면 남아 있는 분노를 긍정적인 힘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우선 분노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면 쉽게 정신 건강 전문의의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된다.

왜 이러한 과정을 밟으려고 할까? 아주 간단히 말해, 분노가 다발성 경화증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빼앗아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분노는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하는 근본적 이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게 되고 멀어지게끔 하는 행동을 들 수 있다. 분노는 두려움이나 무력감과 같은, 그 뒤에 숨은 감정을 덮어두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정상적인 분노와 우울증 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로포드 박사는 환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모든 분노의 결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것은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로 이끌어 주는 분노와 단지 자신을 압도하기만 하는 분노를 구별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언제 화가 나는가?

크로포드 박사는 환자가 기분 상태와, 신체적 증후,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답변할 수 있도록 설문지를 제공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화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크로포드 박사가 준비한 평가 항목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대략적으로 대답할 수 있게 된다. 그 질문이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언제 화가 나는가?’이다. 이것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느끼는 분노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말투는 단정적이 되며 심지어 위협하는 말투를 쓰게 된다. 반면 여성은 수동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말을 하지 않지만 화난 상태가 된다. 그러나 두 행동 모두 동일한 이유, 즉 화가 났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듯 언제, 왜 화가 나는지에 대해 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분노를 건강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무엇이 분노를 일으키는지 알면 많은 경우 불필요한 감정의 폭발을 미리 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나는 것들이 있는데 어떤 것은 좀 우습고, 어떤 것은 심각한 것들이다. 나는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을 남이 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쉽게 화가 난다. 예를 들면 우아하게 춤을 추는 것, 파트너와 손을 잡고 걷는 것이나, 아무 때고 운전해서 어디로든 가는 것, 굽 높은 구두를 사고 그것을 신는 일, 휴가 내내 쉴 새 없이 쇼핑과 박물관, 연주회, 연회장으로 돌아다니는 일 등이다. 이 모든 일들은 피로감, 경련성 마비, 이동에 따르는 문제가 없어야 가능한 것이다. 나는 다른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내 속의 분노를 잘 달래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다발성 경화증이 나를 무언가 줄 수 있는 사람에서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당신에게 있어 화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

* 새로운 증상 [재발]

* 만성 질환과 지능 저하를 동일시하는 사람들

*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주었으면 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

* 거의 매 순간, 일상적인 일이나 만남에도 차를 태워달라고 해야 하는 현실

* 버겁게만 느껴지는 친목회나 친인척 경조사

* 경기장이나 극장의 장애인석이 전망이 좋지 않을 때

* 이동할 때 마다 도움이 필요해서 선뜻 행동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처럼 느껴질 때

* 이용하기 편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식당이나 가게, 호텔에 가게 될 때

해결책은?

열이 오른다고 느껴질 때:

* 마음을 풀기 위해 무언가 몸을 쓰는 일을 하라.: 베게를 치거나, 종이를 뜯는다.(날짜가 지난 전화번호부가 매우 쓸모 있다.) 소리를 지른다. 혹은 산책을 가거나 자전거(또는 페달 밟는 자전거)를 타러간다. 운동할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한다. 큰 종이에 핑거 페인트(젤리 모양의 그림물감)나 푸딩을 화가 풀릴 때까지 뿌리고 던질 수도 있다.

* 음악을 통해 진정시킬 수 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몸을 흔들어 보라.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불러 본다.

* 물의 진정효과를 이용하라: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긴장을 풀어본다. 할 줄 안다면 수영을 해본다. 아니면 찬 물을 한 대야 떠 놓고 손을 넣어 첨벙첨벙 물을 튀겨 본다.

* 널리 알려진 “10까지 세기”를 해본다. 그리고 깊게 숨을 쉬던가 아니면 이완법을 배웠다면 그것을 이용해 몸을 풀어본다.

(글 후반부에 나오는 이완법 관련 내용을 보라)

* 빵을 굽는다. 반죽을 주무르는 것은 대단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빵 만들기가 싫다면 냉동 반죽을 들고 손바닥에 찰싹 소리를 내며 던지며 놀아본다.

* 책이나 비디오를 통해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의 삶에 빠져본다. 아니면 크로스워드나 직소 퍼즐에 도전해본다.

* 기도 혹은 명상을 한다. 이것은 분노를 다루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다.

분노를 잘 조절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아래 방법 중 몇 개를 선택하여 규칙적인 정서 유지 프로그램으로 삼는 것이 좋다.

* 지속적으로 대화한다.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독심술사는 아니다.

* 도움을 청한다. 일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 이완법을 사용한다. 숨쉬기, 요가, 태극권, 심상 유도(guided imagery), 명상 등 선택의 폭이 넓다.

*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한다. (또는 그만 두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물론 건강관리 주치의와 상담한 후에 말이다.

* 분노에 대한 일기를 쓰도록 한다. 어떠한 불만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 가까운 사람들(친구, 가족, 동료)에게 이야기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지 생각해 본다.

* 지원 단체가 있는지 알아본다. 일단 환우회(Society)에 전화하라. 다발성 경화증 관련 단체가 아무래도 더 나은 점이 있을 것이다.

*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한다. 혼자 있게 되면 분노를 부채질 하는 격이 된다.

* 자신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각각의 활동, 작업, 여행들을 그보다 작은 정의된 단계로 쪼개어 생각해 본다.

* 자기 자신에게 잘 대해준다. 예를 들어 새 우는 것을 들으러 간다든가 노을 지는 것, 정원을 바라본다.

*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다. 당신의 전화, 이메일, 방문으로 인해 누군가는 기분이 좋아진다.

* 자원 봉사를 해본다. 고립되지 않게 해주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해준다. 또한 자신이 처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 창조적인 배출구를 만들어라. 그림 그리기, 뜨개질, 글쓰기, 사진 찍기, 수공예 등.

* 친구, 가족, 간병인의 목록을 만들고 그들로부터 격려의 메시지를 받도록 한다. 혹은 분노를 달래줄 전문가를 찾아가라.

* 웃음으로써 분노를 날려버린다. 비디오나 TV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도록 한다. 아니면 만화를 본다. 유머 모음집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유머 사이트를 찾아보도록 한다.

나는 스스로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 이러한 방법 중 여러 가지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내가 바쁠 때는 두려움과 불만스러움, 좌절감이 발붙일 수 없었으며 화내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산란 효과(distraction factor)라 부른다.

나는 분노를 길들이는 방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노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미래를 생각하면 여전히 암담하기만 하다. 무엇이 내 앞에 있을까 두렵다. 내 아들의 결혼식 때 식장 통로를 걸어갈 수 있게 될까? 내 손자를 돌보아줄 수 있을까? 혹은 몸이 더 불편해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거나 시력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안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자기 자신만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첫 걸음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길을 배제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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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레드너 코헨은 자주 글을 쓰는 기고가이다. 그녀의 기사 “저하된 시력으로 살아가기(Living With Low Vision)”는 환자 교육에 대한 공로로 2002년 Health Information Gold Medal을 받았다. 공동 저자이자 동생인 게일 R. 다이너스타인 박사는 현재 심리학자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