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스스로를 다발성 경화증 박사라고 생각했던 나

베스 로스타인 앰블러

남편은 매달 제가 구독하는 월간 여성지가 배달되어 올 때면 상당히 불쾌해했다. 그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눈을 굴리고 하고 숨을 참고 고개를 흔들곤 했으니까. 그이가 싫어하는 것도 당연했다. 잡지에서 매달 질병 하나씩을 소개했는데 나는 그 때마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번 달에 한 잡지에서 내 또래의 다발성 경화증 여성 환자가 소개되었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이 바로 이거야 여보. 확실하다고!” 나는 외쳤다.

“괜찮아 여보, 그냥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거야.”: 남편 척은 언제나처럼 눈을 굴리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하지만 몇 달 후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읽은 후, 걱정하던 바가 현실로 다가왔다. 난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겪는 일반적인 감정적 변화를 겪은 후에야 나는 이 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책, 잡지, 그리고 특히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구글(Google) 검색 엔진을 통해 아침마다 검색을 했다. 모닝 커피를 마시며 구글에서 검색을 하며 아침을 보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손쉽게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의사들이 싫어하는 환자가 되었다. 의사의 진찰을 받으러 갈 때면 목차를 표시해 놓은 자료를 들고 갔다. 자료에는 최근의 증상과 함께 받았으면 하는 처방을 적어 놓았다. 의사 선생님이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눈을 굴리고 앞뒤로 고개를 흔드는 것을 보기 전까지 나는 의사가 할 일을 덜어주었다고 확신했다.

 의사 선생님은 어디서 의사 자격증을 땄느냐고 나에게 물어보았고 나는 구글 대학을 졸업했다고 대답했지만 선생님은 웃지 않았다.

다음 달 나는 용감히 진료실로 걸어갔다.

“C 선생님, 시력이 떨어졌어요. 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눈에 이상이 생긴 게 분명해요. 복합 약물요법을 써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복용량을 늘리거나..:” 나는 가지고 온 자료를 뒤적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 자료들 좀 봅시다!” 라고 말하며 의사 선생님은 내 손에서 자료를 낚아챘다. “7년 동안 저에게 진료를 받으셨어요. 마지막으로 시력 검사를 하신 게 언제입니까? 제가 알기론 올해로 40세가 되셨는데, 글씨 크기를 보아하니 돋보기를 쓰셔야 할 때가 된 것 같군요.” “

나는 다른 의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전화번호부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전화번호부의 글씨가 예전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다.

신경과 의사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그 대신 안과 의사를 찾았다. 안과 의사의 사무실에는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의 약자인 M과 S가 돋보이도록 표시된 시력검사표가 있었다. 검사표 맨 밑에는 다발성 경화증에 관한 정보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핸드백을 뒤져 자료집을 꺼냈다. 검사를 마치자 안과 의사는 “좋은 소식입니다. 다발성 경화증 때문이 아니라 돋보기를 써야 할 때가 돼서 시력이 나빠진 겁니다.” 라고 말했다.

몇 주 후, 나는 입 안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신경과에 예약을 하려는데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야, 아프다고 전부 다발성 경화증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려무나. 그냥 치통이 생겼을 지도 모르지 않니.” 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어머닌 다발성 경화증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잖아요.” 나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가 내 표정을 직접 못 봤기에 다행이었다.

“하지만 나만큼 널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치과에 전화해라 어서!” 라고 어머닌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치과에 전화를 했다.

“근관 치료를 해야겠네요.” 라고 치과의사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제서야 나의 확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몸의 이상을 전부 다발성 경화증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발에 이상이 생겨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족하수가 분명해 보였지만, 또다시 창피를 당하기 싫어 족부전문의를 찾아갔다.

“신경학적 문제가 분명합니다. 다발성 경화증 주치의에게 찾아가 보세요.” 라고 족부 전문의는 말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일하기 시작했다. 맡은 기사의 마감일이 정해진 것이다. 일에 완전히 몰두해 있는데 시력이 더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나는 일을 잠시 멈추고 한 시간 동안 누웠다. 필요하던 낮잠을 자고 나니 시력이 더 안 좋아져 있었고 시야도 더욱 어두워졌다. 돋보기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눈이 완전히 멀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이건 괜한 걱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집에서 기르는 개들을 불러 목줄을 채웠다. 욕실, 침실, 그리고 부엌에 애완견용 비스켓을 놔두고 개들을 임시적로 안내견으로 활용했다.

바로 그 때 컴퓨터에 ‘전원 부족’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나는 놀라 방 안을 둘러보니 방 안은 대낮처럼 밝았고 컴퓨터 화면만 어두운 것이었다. 실수로 컴퓨터 전원을 뽑아놓아 밧데리로 작동하고 있던 것이었다. 전원을 다시 연결하니 시력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 왜 욕실에 애완견용 비스켓이 있느냐고 물었다. 차마 남편에게 털어놓을 수가 없어 침실로 뛰어가 나머지 비스켓을 가져왔다. 지금은 구글 검색 엔진에서 충동적 심리가 다발성 경화증의 한 증상인지 검색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베스 로스타인 앰블러는 Inside MS 지의 2002년 겨울 호에 “훗날을 위한 전투”라는 기사를 써 수상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