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다발성 경화증과 통증

-마사 제이블로-

“수 십년 동안 다발성 경화증 증상 중에서 통증은 무시되어왔습니다.” 라고 다발성 경화증 전문 간호사이자 워싱턴 DC에 위치한 카톨릭 간호대학 연구원인 하이디 말로니는 말한다. 전문가들은 시력감퇴나 운동 장애, 균형 장애, 또는 요실금 등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만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이 겪는 통증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예일 대학교 의과 대학의 신경과 과장이자 웨스트 헤이븐 보훈병원의 PVA/EPA 신경과학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스티븐 왝스만 박사는 말한다. 그는 또 “지난 3-5년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 치료학적 측면에서 통증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라고 덧붙인다.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 연구에 의해 일어났다. 분자생물학자들은 통증의 원리에 대한 연구 중이다. 이러한 연구는 건강과 질병에 통증이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인정한 덕분에 시작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이 통증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의과 대학들은 이제 통증 치료법을 강의에 포함시켰으며 새로 들어온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통증이 혈압. 심장박동수, 체온, 그리고 호흡과 더불어 통증을 생명 증후의 하나로 볼 것을 가르치고 있다. 곧 환자들은 1은 통증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10은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구분한 1-10 까지의 통증 진단기준에서 자신의 통증 정도를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환자마다 다른 통증 증세

어떤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경미한 통증만을 겪을 뿐이지만 어떤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을 경험한다. 일부 환자들은 찌르는 듯하거나 쑤시는 듯한 통증, 또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다발성 경화증의 증세가 그렇듯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 또한 다양합니다.” 라고 보스톤의 작업치료사이자 다발성 경화증 협회의 수석 자문위원 중 하나인 데브라 프랭켈은 말한다.

“환자들이 겪는 통증은 주관적이지만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로니 씨는 강조한다.

통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가지는 근골격계 통증이다. 이는 장시간 앉은 자세로 서있어 근육이 굳거나 강직으로 인한 근육 경련, 또는 약해진 체력과 부적절한 자세로 인한 신체적 무리 때문에 발생한다. 근골격계 통증은 물리치료, 스트레칭, 경련 치료약물, 그리고 이부프로펜 같은 기존 진통제로 완화가 가능하다.

또 다른 종류의 통증은 신경 통로의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신경병증적 통증에는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신경병증적 통증은 신경 손상에 의해 발생하며 경미한 통증에서부터 화끈거리거나 쑤시는 듯한 극심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신경학 박사이자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다발성 경화증 센터 소장인 더글라스 구딘 박사가 지적하듯 “뇌의 손상 부위와 환자가 겪는 증상과는 별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신경병증적 통증의 명칭

‘이상 감각(paresthesia)’는 찌르는 듯 하거나, 간지럽거나, 바늘로 찌르듯 따끔하거나, 피부에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또는 복부를 꽉 조이는 느낌 등 비정상적 감각을 통틀어 지칭한다.

“지각부전(Dysesthesia)”는 심한 이상 감각이다. 즉, 따끔거리거나 간지러운 느낌이 극심한 통증, 또는 화끈거리는 듯하거나 쑤시는 통증으로 진행된 것을 지칭한다. (하지만, 경련과 근육 당김 또한 통증을 유발한다.)

“감각감퇴(Hypesthesia)”는 감각이 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일부 환자들은 발이나 손의 감각이 둔해졌음을 호소하기도 한다. 더욱이, 위치 지각 기능이라고 불리는 몸의 지각 능력에 이상이 생겨 이상 감각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해 침대 시트에 닿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뉴저지주 마운트 로렐의 돌리 베이커(45세)는 주로 몸의 왼쪽 부위에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는 느낌을 호소한다. “발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손가락을 움직이면 저림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아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신디 엘리아(32세)는 이상 감각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등 왼쪽이 가렵더니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가슴 쪽으로 통증이 퍼졌습니다. 통증이 사라지고 나자 가슴 왼쪽이 꽉 조이는 듯하고 무감각해지더군요. 최근엔 왼쪽 발에 쥐가 난 듯한 느낌이 들고, 또 양쪽 발 뒷꿈치와 왼쪽 발바닥 가운데 움푹 들어간 부분이 무감각해졌어요. 수영을 하거나 너무 오래 걸으면 증상이 심해지지만 운동을 멈추면 보통 가라앉곤 하죠.”

“저와 완전히 똑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를 찾기란 힘들어요.” 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통증 치료법

환자마다 증세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어떤 치료법이 일부 환자들에겐 효과가 있지만 다른환자들에겐 그렇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소견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통증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치료자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구딘 박사는 환자들의 말과 각종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고 한다. “통증은 MRI를 통해서는 진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핀으로 찔러도 감각이 없거나 관절을 움직여도 감각이 없다면, 환자의 감각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죠.” 라고 그는 말한다.

“통증은 천천히 출발하는 기차와도 같습니다. 중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가속도가 붙죠." 라고 캘거리 대학 임상 신경과학과 조교수이자 이 대학의 다발성 경화증 클리닉에 근무하고 있는 임상 심리학자 캐서린 아치벌드 박사는 말한다. “통증이 막 심해지기 시작했을 때 진행을 막는 것이 이상적이죠. 심리학적 치료는 통증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심해졌을 때보다는 통증이 시작된 초기에 하는 편이 낫습니다.”

“통증은 그 특성에 따라 치료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은 매우 중요합니다.” 라고 구딘 박사는 말한다. “통증이 하루에 30-40번 1~2분 동안 간헐적으로 나타난다면, 테그레톨 (카르바마제핀), 딜란틴(페니토인) 또는 뉴론틴(가바펜틴)과 같은 항경련제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통증이 이보다 더 지속적이라면, 앞서 말한 약물들이나 심환계 항우울제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라고 그는 덧붙인다.

간질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지도 않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항우울제나 항경련제를 쓴다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하이디 말로니는 이러한 약물들이 신경에 특정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심환계 항우울제 (이미프라민, 아미트리프틸린, 노르트리프틸린, 데시프라민)는 자극성 화학물질(세로토닌과 노르에핀에프린)을 증가시킨다. 항경련제는 신경 섬유의 나트륨 통로를 막음으로써 신경 세포로 칼슘이 주입되는 것을 막아 통증을 완화시킨다.

말로니를 비롯한 통증 전문가들은 예방차원의 약물 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통증이 와서야 약을 먹지 말고 꾸준히 시간 맞추어 약을 드세요. 그리고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약을 그만 먹으면 안 됩니다. 처방된 약을 적어도 석 달은 드십시오. 그런 다음 의사에게 통증이 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약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상담하십시오.” 라고 말로니는 말한다.

병행할 수 있는 치료법

로스 앤젤레스의 다발성 경화증 센터 연구원이자 UCLA 의과대학 임상 신경과 조교수인 바바라 기이저 박사는 약물 치료에 국소 치료법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몸의 일부에 통증이 있다면 얼음 찜질을 하거나 붉은 고추에 들어 있는 성분인 캡사이신이함유된 일반의약품을 바르도록 권유합니다. 리도카인 연고나 패치를 처방하기도 하고요.’“

돌리 베이커 씨는 저림과 감각의 둔화가 겨울에 특히 심해지는데, 그럴 때는 허브찜질 팩을 한다. “팩을 전자 레인지에 데워 뜨겁게 한 다음 찜질을 하는데 그 전에 손을 데지 않도록 손을 수건에 감습니다. 또 집에서도 장갑을 끼고 다니죠.”

신디 엘리아 씨는 냉찜질을 선호한다. “몸을 차갑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요. 또 다른 일들에 집중을 해서 둔화된 감각을 잊으려고 애쓰죠.”

따끔따끔한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환자들은 압박 스타킹을 신는다. 데브라 프랭켈 씨는 감각이 예민해진 발과 다리에는 양가죽 양말을 신거나 침대 시트와 이불이 피부에 닿는 것을 막기 위한 침대용 텐트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마사지, 지압, 최면 그리고 침술은 일부 환자들에겐 효과가 있지만 어떤 환자들의 경우에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

두려움은 통증을 악화시키므로, 통증의 정도는 다발성 경화증의 진행 정도와 거의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통증이 심해졌다고 병 자체가 악화되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하지만 통증을 악화시키는 다른 요인들은 많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신경의 통증 수용체가 지각하는 것만으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라고 아치벌드 박사는 말한다. “환자가 ‘안돼! 너무 아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라는 자포자기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느끼는 통증의 정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통증에 온 생각을 집중하게 되면 환자의 조절 능력과 참을성이 감소하게 된다. 통증은 때로 환자의 활동성과 사회성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통증을 겪는 환자의 자포자기적 태도는 다른 사람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에게 무조건 쉴 것을 권유하게 되고, 이는 환자의 사회 활동을 저해시켜 더욱 사회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피로나 운동성 저하, 또는 감정 변화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도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아치벌드 박사는 지적한다.

통증 완화법

통증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가져 통증이 더욱 악화되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환자들은 각자에게 맞는 통증 완화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라고 아치벌드 박사는 말한다. “약물 요법, 국소 치료법, 운동 요법, 지역사회의 공공시설 이용, 또는 요가, 타이치, 수영, 바이오피드백(생체 되먹이기 요법), 명상, 또는 연상기법 등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 선택이 가능합니다. 개인 또는 가족 상담은 통증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태도를 버리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통증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환자자신이 통증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라고 그는 덧붙인다. “

가족들의 도움

아치벌드 박사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로, 그리고 운동성 저하로 인해 하루 종일 누워서 창 밖만 바라보는 생활을 하는 40대 중반의 남성 환자를 치료했는데, 종합적인 치료로 통증의 원인 일부를 제거할 수 있었다. 아치벌드 박사는 이 환자 부부를 도와 환자가 통증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아치벌드 박사와 환자 부부는 환자의 활동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먼저 환자가 원하는 보상의 목록을 작성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엔 환자가 5분 동안 접시를 닦으면 감초 사탕을 주거나 발 마사지를 받게 해 주었다. 환자의 아내는 환자에게 용기를 주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환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의 일 수를 줄이도록 노력했고, 잠시나마라도 하루에 무언가를 하도록 노력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차근차근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환자 부부는 이러한 단계별 활동이 재미도 있고 동기 부여도 되었다고 말한다. 곧 성과가 있었다. 환자가 오래 전 취미였던 목공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점차 아내와 아이들과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며, 우울증도 사라지게 되었다.

요즘에 그는 철물점에 가서 목공 자재도 사 오고 우편물을 찾으러 우체국에도 가는 등 외출을 한다. 또한 일 주일에 한 번씩 수영을 즐기는데 차가운 물에 수영을 하면 화끈거리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심리학적 접근은 통증의 정도를 감소시켜주지는 못했지만, 일상 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지속적인 통증

“때때로 ‘당신은 통증을 겪는 것이 아닙니다. 다발성 경화증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라는 소리를 환자들은 때때로 듣습니다.” 라고 기이저 박사는 말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다발성 경화증 이외의 이유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기이저 박사는 “신경이 자극받았다거나 근육염좌가 생겼던가, 다른 의학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의사가 진단할 일입니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자신의 통증에 대해 알려야 합니다.” 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의사가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 꺼려할 수 있습니다. 통증은 발생하기 마련이고 통증은 치료될 수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통증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면, 통증의 특성과 발생부위, 빈도, 지속 시간, 그리고 관련 사항 등을 기록해 둘 것을 권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통증에 집착하기보다 통증의 원인과 시도된 치료법을 기록해 두는 것이 그 목적이다. “고통을 나누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라고 하이디 멀로니는 말한다. 또한, 일지를 기록해 두면 통증을 조절하는 데 훗날 도움이 될 수 있다.

희망적인 전망

앞으로는 좀 더 정확하게 통증 부위를 겨냥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 도입될 것이라고왁스맨 박사는 말한다. “제가 의학대학에 다닐 때 나트륨 통로는 한 종류밖에 없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개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되는 10가지나 되는 나트륨 통로 있다고 가르칩니다.”

“나트륨 통로는 분자의 동력원 역할을 합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나트륨 통로가 활동을 시작면 신경 세포가 기능을 하도록 합니다. 저희는 어떤 나트륨 통로들이 통증 경로를 통해 부적절하게 신호를 보내는지를 밝혀내고 있는 중입니다. 차세대 약물은 통증을 일으키는 분자의 작동을 멈추도록 작용할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화끈거리거나 쑤시거나 찌르거나 가려운 만성 통증을 전등을 끄듯 단 한 번에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 때까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약물 요법, 자택 치료, 심리 치료, 운동 등의 치료법과 희망과 유머감각을 최대한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마사 제이블로는 2002년 봄호에 ‘환자들을 위한 정원 가꾸기’라는 기사를 기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