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앵커멘트]

만약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 밖에 안된다면 어떻게 남은 삶을 살겠습니까?

방송 앵커로 명성을 날리다 어느날 불치병에 걸려 일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살게 된 한 여인의 이야기가 감동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가을에 읽을만한 책들을 권오진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원더풀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노블마인]

스웨덴 대표 방송사 STV의 유명 앵커였던 저자가 50회 생일날 루게릭 병으로 일년 밖에 못 산다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게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담담하게 수용하면서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동안 1분 1초까지도 절실하게 느끼고 감사하면서 알차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자클린느 뒤 프레/캐럴 이스턴/마티]

5살 때 처음 첼로를 만나 15살에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 자리에 오른 자클린느.

결혼 후 27살에 찾아든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15년 간 싸우다 끝내 숨을 거둔 그녀의 짧은 인생을 진솔하게 그렸습니다.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예술보다 긴 삶>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1945-1987)가 마흔 둘의 나이로 눈을 감았을 때 세인들은 '천재적인 아티스트는 단명(短命)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게다가 1962년 런던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이후 그가 무대에 오른 기간은 약 10년에 불과했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15년을 신체기관들을 쓰지 못하게되는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병과 싸우는 데 허비해야 했다.

다섯 살에 처음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 '첼로 연주를 위해 태어났다'는 찬사를 받은 여인. 또한 '성전환 수술보다 더 당혹스러운 일'이라는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을 감행하면서까지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사랑에 매달렸던 여자.

그를 만나본 한 인물은 "막 코르크마개를 딴 샴페인처럼 늘 싱싱한 활력과 생기가 넘치고, 유쾌하지만 해맑은 외관 아래 복잡한 개성을 감추고 있다"고 그에 대해 묘사한다.

그의 사망 20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평전 '자클린 뒤 프레-예술보다 긴 삶'(윤미경 옮김ㆍ마티 펴냄)이 출간됐다.

점점 그를 신화 또는 전설 속의 인물로 몰아가고 있는 세상의 시각과 달리 연주자로서, 병마에 시달리는 한 여자로서 뒤 프레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1982년 여름 첫 만남 이후 줄곧 그를 곁에서 지켜보았던 전기 작가 캐럴 이스턴. 저자는 병상에 누워있던 뒤 프레에게서 "나에 대해 써보지 그래요"라는 말을 듣고는 집필을 결심했다.

뒤 프레는 오랫동안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참기 힘든 피로감과 연주의 질을 떨어뜨리는 집중력 저하 현상을 자신의 게으름 또는 나태함 때문이라고 여겼다. 다발성경화증은 처음엔 특별한 증세가 없다.

"1년에 500일이라도 일을 하고 싶은데 왜 365일 밖에 없느냐"고 투덜댈 정도로 엄청난 스태미너를 지닌 남편도 뒤 프레를 이해하기 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후에 자신의 병명을 알게된 뒤 프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난 괜찮아. 내가 미친 게 아니래…"라고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72쪽. 1만8천원.